당근거지·당근천사…당근마켓엔 1200만명 ‘동네 스토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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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11월 5일
- 2분 분량
<조선일보>박순찬 기자 입력 2020.11.04

당근마켓 앱. 동네 인증을 하면 근처 사는 사람들이 올린 중고 물품이 뜬다.
국내 중고거래 1위 앱 ‘당근마켓’은 월 1200만 이용자를 돌파했다고 4일 밝혔다. 현재 당근에 등록한 동네 상점은 9만여곳. 2015년 처음 서비스한 이후 동네 사람들끼리, 집 앞에서 만나, 싸게 거래하는 당근마켓의 특성 때문에 독특한 ‘당근 문화’도 만들어지고 있다.
◇동네 특유의 ‘당근 문화’
아내 심부름으로 나온 아저씨 둘이 머쓱하게 만나 물건과 돈을 주고 받으며 ‘근데 그거 뭐에요’ ‘저도 몰라요’ 했다는 일화가 대표적이다. 당근마켓을 이용하는 한 40대 이용자는 “요즘 와이프한테 5000원씩 수고비 받는 재미로, 퇴근길에 당근 심부름을 한다”고 했다. 남편이 ‘별로 안 비싼 것’이라며 몰래 사들인 고가(高價)의 제품을, 아내가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에 중고로 내다파는 일도 종종 벌어진다.
명품(名品) 거래가 잦은 서울 강남권의 물건을 사기위해 지방서 차 몰고 올라오는 사람도 있다. 당근마켓은 GPS(위성 위치확인 시스템)로 이용자 위치를 확인, 반경 4~6㎞ 안의 이용자끼리만 채팅과 거래를 허용하기 때문이다. 강남에 실제로 가서 ‘위치 인증’을 해야 비로소 판매자에게 말을 걸 수 있다.
동네 거래 특성상, 만나서 무조건 깎아달라는 소위 ‘당근 거지’부터 좋은 물건을 선뜻 무료로 나눠주는 ‘당근 천사’까지 다양한 군상도 있다. 경기도 수원 영통구에 사는 한 이용자는 당근에서 마스크 무료 나눔을 했는데, 받은 사람이 알고보니 아파트 윗집 아주머니였다. 답례로 한라봉을 한아름 줬고 지금은 둘도 없는 이웃사촌이 됐다고 한다. 한 이용자는 “아이 책 전집을 팔려고 내놨는데, 한 여성과 함께 따라온 남편이 알고보니 회사 후배였다”며 “결국 공짜로 줬다”고 했다. 전국 단위 중고거래라면 없었을 일들이다.
김용현 당근마켓 대표는 “이용자 10분의 1은 확률적으로 다시 만나 재거래하는 독특한 시장”이라며 “누가 물건을 내놓으면, 가까운 동네 사람들은 그게 누구 것인지 다 알 정도”라고 했다.
◇반려동물 찾기, 이웃 소통도
최근 당근마켓이 ‘동네생활’ 등 커뮤니티 서비스를 강화하며 새로운 에피소드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당근 덕분에 잃어버린 고양이, 강아지를 찾았다’는 사연이 가장 많다. 이전에는 동네 곳곳의 전봇대, 벽에 전단을 붙여야 했지만 이제는 ‘당근 동네생활’에 올리는게 가장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한 이용자가 ‘남편이 어젯밤에 자동차 키를 잃어버렸다’며 사진을 올리자, 다른 이용자가 ‘제가 그거 어제 ○○서 봤어요’라고 곧바로 답글을 달기도 한다.
서울 당산동에 사는 회사원 오모씨는 “요새 당근에서 고양이 자랑글 올리는게 트렌드라고 해 올렸더니, 모르는 동네 사람이 자기 고양이 사진을 보내며 ‘우리 고양이도 귀엽다’고 채팅을 걸어왔다”며 “이런게 당근의 묘미”라고 했다.
박순찬 기자 前 실리콘밸리 특파원. 스타트업, 중소·중견기업 등 성장하는 기업의 이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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