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심재철, 금융위가 말 안듣자 “겁 팍팍 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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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1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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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이민석 기자 입력 2020.12.20
증권범죄 합수단 폐지로 추미애가 비판 받자 금감원 특사경 증원 추진 금융위가 반대하자, 과거 금융위의 무마사례 전수조사 지시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최측근인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이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월 금융위원회가 과거 ‘공시의무 위반’을 한 기업을 형사처벌하지 않고 넘어간 사례를 전수조사하라고 하면서 “금융위에 겁을 팍팍 줘서 (금융위가 반대하던) 금감원 특사경 확대를 관철시키자”고 지시한 것으로 20일 전해졌다. 금감원 특별사법경찰(특수경)은 자본시장 불공정 거래 수사를 위해 작년 7월 출범한 10명 규모 조직이다. 금융위는 검찰과 금감원의 ‘확대’ 요구에 현재도 반대 입장이다.

◇”금융위 ‘코로나 대책’ 거꾸로 이용해 ‘약점’ 잡겠다는 것”
이와 관련, 사정기관 관계자는 “추미애 장관이 올 1월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을 폐지해 비판을 받게 되자 심 국장은 금감원 특사경 증원을 통해 그런 비난을 희석시키려 한 걸로 안다”고 했다. 지난 1월 추 장관이 금융위·금감원·거래소·국세청 등의 전문 인력이 파견돼 수사부터 기소까지 한 번에 처리가 가능했던 50명 규모 남부지검 합수단을 없애자 법조계에선 “신라젠과 라임 수사를 무력화하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심 국장이 ‘금융위에 겁을 팍팍 주라’고 한 지시는 지난 2월 금융위의 ‘코로나 대응 차원에서의 기업 선처 추진’이 계기가 됐다. 금융위는 지난 2월 25일 코로나19 확산 대응 회의를 갖고 ‘경제가 어려우니 중소기업들이 사업보고서 등을 늦게 제출하는 경우(공시의무 위반)는 형사처벌을 면제해주자’는 결론을 내린 뒤 법무부에 의견 조회를 요청했다.
법무부는 대검에 내용 검토를 요청했고, 소관 반부패부장이었던 심 국장은 2월26일 관련 보고를 받았다. 그런데 당시 심 국장은 ‘코로나 대책’이라는 점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서 “금융위가 과거에도 이런 식으로 사건을 무마해준 것 아니냐. 관련 보고를 전부 (금융위로부터) 받아 전수조사하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전수조사를 토대로 금융위에 겁을 팍팍 줘서 특사경을 확대시키자”는 지시가 나왔다는 것이다.
이에 대검 반부패부 내부에서는 처음에는 심 국장 지시에 대해 부정적인 보고서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금융위 등에 파견됐던 검사들의 “말이 안 되는 지시”라는 의견 등이 반영된 결과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3월초 결국 심 국장의 의중에 따른 최종 보고서가 작성됐다. 이어 대검은 공시의문위반 심사 자료를 제출하라는 요청 공문과 함께 특사경 증원 요청공문도 함께 발송했다. 두 가지 공문을 함께 발송하면 금융위도 압박감을 느낄 것이란 차원이었다고 한다. 한 법조인은 “중소기업들을 배려하겠다는 금융위의 ‘코로나 대책’을 거꾸로 이용해 약점을 잡은 뒤, 특사경 증원을 관철시키겠다는 황당한 발상”이라고 했다.
◇”윤 총장 ‘판사 문건’은 일언반구도 없었다”
복수의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심 국장은 ‘금융위 겁 팍팍 주라’고 지시했던 2월 26일 부서 회식을 갖고 “(내가 특사경 확대 관철을 위한) 획기적인 사실을 적발해냈다”고 기뻐하면서 내내 그와 관련된 얘기를 했다고 한다. 당시 상황을 알고 있다는 한 검찰 간부는 “윤석열 총장 징계·수사를 주도했던 심 국장이 ‘판사 문건을 갖고 특수통 검사들이 언론플레이를 통해 판사들을 협박하려 했다’는 주장을 하는 것 같은데, 정작 본인이 자기가 원하는 걸 관철시키려 반부패부장의 권한을 남용해 국가기관을 겁박하려 한 셈”이라고 했다.
공교롭게도 심 국장 주재 회식이 있었던 지난 2월 26일은 윤 총장이 공판 지휘에 참고하라고 ‘판사 문건’을 반부패부 등에 내려 보낸 날로 알려졌다. 심 국장은 최근 ‘당시 그 문건을 보고 분노했다’고 했지만 그날 회식에서는 ‘판사 문건’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심 국장이 금융위를 압박했던 특사경 확대는 현재까지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 특사경을 키우고 싶어하는 금감원과 이를 반대하는 금융위 간의 갈등 관계가 더 부각되면서 지지부진한 상황”이라고 했다. 심 국장 지시대로 금융위에 대한 전수조사가 이뤄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심 국장은 지난 8월 검찰 인사 및 예산 등을 총괄하는 핵심 보직인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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