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참수 동영상 확산...아제르-아르멘 전쟁 또 불붙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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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12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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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김수경 기자 입력 2020.12.15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의 분쟁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 인근 아제르바이잔의 간자시(市)에서 지난 10월 한 여성이 로켓 포탄에 맞아 파괴된 주택 잔해 앞에 앉아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아르메니아 국적의 민간인들이 아제르바이잔 군복을 입은 사람들로부터 참수당하는 동영상이 온라인상에 퍼지고 있다고 15일(현지 시각)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동영상으로 인해 휴전 협정 이후에도 작은 전투가 끊이지 않았던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서 또다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3일 온라인에 짧은 영상이 퍼졌다. 아제르바이잔 군대의 제복을 입은 남자들이 한 남성을 위에서 누른 채 칼로 목을 베는 장면이다. 남자들은 이후 완전히 잘린 남성의 머리를 죽은 동물들 위에 올려 놓고 시신을 모욕했다. 동영상 끝에는 “이것이 우리가 복수를하는 방법이다, 머리를 자르는 것”이라고 말하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녹음돼있다.
피해자는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 마다타센 마을에 거주했던 69세 남성으로 밝혀졌다. 1980년대 후반 아제르바이잔에서 아르메니아로 이주한 사람이다. 아제르바이잔 군대가 마을에 밀려 들어올 때 그는 도망을 가지 않았다고 이웃들은 전했다. 한 이웃이 그에게 함께 대피하자며 차로 끌어올리자 그는 오히려 차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 갔다는 것이다.
양국간의 다툼이 휴전 협정으로 일단락된 것처럼 보이지만 이번 영상처럼 전쟁 이후의 고문과 학대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7일에도 한 텔레그램 채널에는 아제르바이잔 군복을 입은 두 명의 군인이 나무에 한 노인을 고정시키고 그를 참수하는 동영상이 올라왔다. 29초짜리 동영상에 등장하는 피해자는 아조흐 마을에 거주했던 82세의 노인으로 아제르바이잔 군대가 마을에 들어왔을 때 마을을 떠나기를 거부한 사람이었다.
온라인에는 이를 포함해 수백 개의 학대 동영상이 돌아다니고 있다. 인권 단체들은 이 중에서도 영상에 피의자가 등장하는 75건의 학대·고문·살인 등 사건에 대해 유럽 인권법원에 제소한 상태다.
양국의 싸움은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을 두고 수십년간 계속돼왔다. 해당 지역은 국제법상 아제르바이잔에 속하지만 아르메니아가 지원하는 아르메니아 민족군이 실효 지배하고 있다. 소비에트 연방 시절에는 아르메니아계 주민이 다수인 아제르바이잔 자치주였다.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은 소련 붕괴 이후인 1988년 독립을 선언하고 아르메니아와 통합을 꾀했지만 아제르바이잔은 거부하고 통제권 회복을 시도했다.
양측은 아제르바이잔군이 나고르노-카라바흐와 인근 상당 지역을 탈환한 이후인 지난달 9일 러시아의 중재로 휴전에 합의했다.
김수경 기자 사회부 주말뉴스부 문화부를 거쳐 국제부에서 국제 뉴스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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