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노래방, 왜 코로나 위험시설?” 업주 묻자…정부 43일간 답변 핑퐁

  • 작성자 사진: senior6040
    senior6040
  • 2020년 10월 20일
  • 2분 분량

<조선일보>장근욱 기자 입력 2020.10.21


식당은 장사하는데 영업 못해 민원… 코인노래방 업주의 분투기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에서 30평 규모의 코인노래방을 운영하는 이모(41)씨는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이후 총 104일간 가게 문을 열지 못했다. 5월 22일~7월 10일, 8월 19일~10월 11일 두 차례에 걸쳐서다. 정부가 코인노래방을 포함한 노래연습장을 코로나 바이러스 ‘고위험시설’로 분류해 집합금지명령을 두 번 내렸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이씨는 매출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고정비용 400여만원만 빠져나갔다.


ree

이씨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근처 식당이나 술집은 손님들이 어깨를 맞대고 다닥다닥 앉은 상태에서도 별다른 제지 없이 영업을 한다. '나는 매일 손님 한 팀이 이용할 때마다 기기를 소독하고, 마이크에 씌울 일회용 커버도 철저하게 제공했다. 그런데도 내 가게가 영업정지라니….’


참다못한 이씨는 지난달 8일 온라인 민원 창구 ‘민원24’를 통해 보건복지부에 “중·고위험시설로 분류된 업종의 위험도 평가 지표별로 점수와 채점 방법을 공개하라”는 민원을 넣었다. 잠시 뒤, 이씨 휴대전화로 ‘귀하의 민원이 보건복지부에 접수됐다’는 문자메시지가 들어왔다. ‘옳지, 적어도 대답은 금방 듣겠구먼…’이라고 이씨는 생각했다. 그로부터 43일이 지난 10월 20일에도, 이씨는 아직 답변을 듣지 못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민원 접수 6일째이던 지난달 14일 이씨는 다시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귀하의 민원이 문화체육관광부에 접수됐다’는 내용이었다. ‘아, 내가 잘못 알고 민원을 넣었나보군’ 했다. 그런데 문자메시지는 이튿날 또 왔다. ‘귀하의 민원이 보건복지부로 이송됐다’는 것이었다. 보건복지부는 이씨가 처음 민원을 냈던 부처다.

같은 달 22일 보건복지부가 ‘민원을 접수했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메시지에는 ‘담당자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044)202-0000(숫자 ‘0’)′. 전화를 걸었더니 경쾌한 음악과 함께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이오니…’라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이씨는 직접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 들어가 담당자의 연락처를 찾아냈다. 그리고 거의 매일 전화했다. 그러나 전화에서는 “지금은 담당자가 자리를 비웠습니다”라는 전자 음성만 나왔다.


지난달 25일 이씨는 민원24 홈페이지에서 “답변 기간이 열흘 연장됐다”는 문구를 접했다. 이 문구의 의미는, 법령에 따라 국민 민원에 ’14일 이내’에 답해야 할 의무가 있는 보건복지부가 약속을 지키지 못하겠다며 ’24일 이내에 답하겠다'고 알려온 것이다. 사실 법령에 따르면 정부가 민원 답변 시한을 넘길 경우 ‘연장 사유’도 알려줘야 되지만, 민원24 홈페이지에 그런 내용은 없었다.


그러더니 나흘 뒤인 지난달 29일 “민원이 질병관리청에 이관됐다”는 문자메시지가 왔고, 이달 7일엔 “민원이 다(多)부처 민원으로 지정됐다”는 문자메시지가 또 왔다. 이씨는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15일엔 “민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보건복지부로 이관됐다”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황당한 문자까지 받았다.


민원을 접수시킨 이후 43일 동안 이씨가 정부 부처에서 답변을 받은 것은 딱 한 차례였다. 이달 12일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위험 시설을 분류한 6가지 평가 지표를 안내하는 답변을 받았다. 그마저도 이미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알려진 내용이었으며, 이씨가 문의한 업종별 점수와 채점 방법에 대한 답은 없었다. 문체부는 답변에서 “구체적인 사항은 중앙사고수습본부로 질의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했다.


이씨는 “힘들고 억울한 마음에 왜 영업금지를 당했는지 이유라도 알고자 민원을 넣었는데, 그 요구마저 묵살하느냐”며 “나도 정부가 자랑하는 ‘K방역’에 충실히 협조해온 국민의 한 사람인데, 민원을 정부 부처끼리 서로 귀찮은 듯 ‘폭탄 돌리기’ 하는 모습에 허탈감이 든다”고 했다.


댓글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