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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의 입] 문 대통령의 ‘통치행위’, 그것을 제자리로 돌려놓으라!

  • 작성자 사진: senior6040
    senior6040
  • 2020년 11월 14일
  • 4분 분량

<조선일보>김광일 논설위원 입력 2020.11.14



서울 종로구 세종로 네거리에 교보생명 빌딩이 있다. 그 바깥벽에는 유명한 ‘광화문 글판’이 설치돼 있다. 이 글판이 생긴 지도 벌써 30년이나 됐다. 사진에서 보여드리는 것처럼 지금은 이런 글귀가 쓰여 있다. “세상 풍경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풍경.” 포크밴드 ‘시인과 촌장’이 불렀던 ‘풍경’이란 노래의 가사다. 그 대목만 직접 노래를 들어보시겠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모든 것들이 뒤틀려 있는 일상생활인데, 그런 것들이 하루빨리 평화롭고 온전하게 제자리로 돌아오길 바라는 희망을 담았다고 한다. 우리는 동시에 이 글판의 글귀를 보면서 우리나라의 여러 상황이 하루빨리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권을 잡아 청와대에 들어온 지도 벌써 3년6개월 됐다. 그 뒤로 때로는 ‘적폐청산’이란 구실로, 그리고 때로는 ‘개혁’이란 명분으로 참으로 많은 것들이 제자리를 벗어나고 뒤틀리고 이탈하고 왜곡되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것들이 하루빨리 제자리로 돌아오길 바란다.


첫째는 ‘탈원전’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판도라’라고 하는 재난 영화를 하나 보고 나서 순식간에 밀어붙이기 시작한 정책이 바로 탈원전 정책이다. 탈원전 운동 경력으로 국회의원이 된 민주당의 양이원영 의원이 엊그제 국회에서 이런 질의를 했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는 대통령의 정당한 통치 행위라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러자 추미애 법무장관은 이렇게 맞장구를 쳤다. “통치 행위라는 개념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사람들은 ‘통치 행위’라는 것에 대해 전혀 공부를 안 했거나, 아니면 알고도 일부러 국민의 눈과 귀를 호도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국가 원수의 ‘고도의 정치적 결단’을 뜻하는 ‘통치 행위’에 대해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는 쪽이다. 예를 들어 김영삼 정부 시절 긴급 재정경제 명령은 통치 행위로 볼 수 있으나, 김대중 정부의 대북 송금 사건은 통치 행위라고 볼 수 없으며 따라서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봤다.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일방적으로 폐지하거나 축소하는 것도 통치 행위가 될 수 없고,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추진하여 이전하는 독단적 결정 자체도 통치 행위가 될 수 없다고 봤다. 그러나 설령 그것이 통치 행위라 하더라도 그 절차에 대해 사법적 판단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결정이 통치 행위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그러한 결정이 이뤄진 절차가 적법한 것인지의 여부는 당연히 감사원이 따져야 하는 일이고, 그에 따라 검찰이 수사를 벌이는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최재형 감사원장의 입장이다. 이렇게 말했다. “감사원은 조기 폐쇄가 합리적 근거와 자료에 따라 적법한 절차로 투명하게 이루어졌는지 여부를 본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과 법무장관은 ‘통치 행위’라는 초법적 언어와 왕조적 발상을 들고 나오면 청와대, 산업통산자원부, 한국수력원자력, 이 세 곳에서 저질러진 위법과 탈법을 얼렁뚱땅 덮을 수 있다고 본 모양이다. 어림없는 소리다.


국민들의 심정은 이렇다. “고도의 정치 결단? 통치 행위? 이제 그만 시끄럽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 원전 종주국인 미국의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설계인증을 허가해준 한국형 차세대 원전 APR1400, 대한민국의 원전 기술, 그리고 가장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에너지이며 탄소 배출을 가장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원자력발전, 그곳에서 종사하는 세계 최고의 엘리트 기업과 인력들, 그 모든 것들을 제자리로 돌려놓으라. 아울러 태양광 발전을 밀어붙이면서 함부로 파헤쳐놓은 우리 국토와 산림을 제자리로 돌려놓으라.” 국민들은 그렇게 외치고 있는 중이다.


둘째로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할 것들이 있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검찰 개혁’이라는 구실 하에 전국으로 뿔뿔이 흩어버린 최고의 엘리트 수사 검사들, 이 검사들을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 라임 자산운용 사태, 옵티머스 사태, 울산 선거공작 사건, 유재수 감찰무마 사건, 조국 사태 등을 수사했던 특수부 엘리트들이 하루빨리 제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국민들은 청와대와 법무부에 이렇게 외치고 있다. “'조국표, 추미애표 검찰 개혁', 이제 그만 하라. 전국으로 흩어놓은 수사 검사들을 제자리로 돌려놓으라.”


셋째는 스물네 차례에 걸친 ‘헛발질 부동산 정책’, 이것도 제발 제자리로 돌려놓으라고 말하고 싶다. 부동산 시장과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지금보다 훨씬 안정돼 있었다. ‘임대차 3법’을 비롯해서 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는 여러 조치들을 하루빨리 제자리로 돌려놓으라고 국민들은 바라고 있다.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서 국민들의 바람을 대신 전달해본다면 이렇다. “제발 ‘통치 행위’ 좀 그만 해라. 차라리 가만히 있으라. 당신들이 가만히 있는 것이 제자리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다.”


넷째는 한미동맹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어제 문 대통령과 통화에서 한미동맹을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와 번영에 있어 린치핀”이라고 표현했다. 린치핀(Linchpin)이란 마차, 수레, 자동차 등에서 바퀴가 빠지지 않도록 축에 꽂는 핀을 가리킨다. 외교안보 영역에서 린치핀이란 핵심축이란 뜻으로 사용한다. 바이든 당선인이 “한국은 안보 린치핀”이라면서 오바마 대통령 때 썼던 단어를 다시 꺼냈다. 대선을 끝낸 미국은 한국보다 먼저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다.


한 가지 중요한 변화가 있는데, 바이든 당선인이 “한국은 린치핀이다”는 말을 꺼낸 날 시진핑 중국 주석의 연내 방한설이 재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아직도 그것을 모르는지 답답하다. 바로 한미동맹이 굳건해야, 그것을 반복해서 재확인해야 중국도 문 대통령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는 사실 말이다. 한국이 미국에서 멀어지는 순간 중국도 베이징에 온 문 대통령을 혼자 밥 먹게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무엇보다 시급한 것이 한미동맹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이다.


바이든 당선인이 한일 공조를 강조하자 여권 인사들이 줄줄이 일본으로 가고 있다. 11월6일 서훈 청와대 안보실장이 한미일 안보실장 화상 협의를 했다. 11월8일~11일 박지원 국정원장이 일본을 찾아가 스가 요시히데 총리를 만났다.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 다키자와 히로아키 내각정보관도 면담했다. 어제 11월12일부터 민주당 김진표 의원 등 한일의원 연맹 여야 의원 7명이 일본에 가 있다.


문재인 정권은 잊으면 안 된다. 한미동맹이 제자리로 돌아와야 중국·일본 같은 이웃 강국은 물론이고 유럽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한국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북한은 6차례에 걸쳐 핵실험으로 핵기술을 거의 완성한 것으로 보이며, 우리로서는 60기에 달하는 북한 핵탄두, ICBM, SLBM 등등 이런 것들을 원래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해 모든 힘을 다해야 할 텐데, 이것은 아무래도 문재인 정권에게는 도저히 불가능한 능력 밖의 일로 보인다. 한미동맹이 제자리로 돌아온다고 해도, 과연 북한 핵이 해결될 가능성이 보이게 될지 걱정이다.


북한 핵 문제의 해결 가능성은 우리 정부가 일관된 원칙을 흔들림 없이 보여주는데서 시작될 것이다. 1980년대 미소(美蘇) 냉전 종식에 나섰던 레이건과 고르바초프, 두 사람이 마주 앉게 된 것은 성공한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한 미국의 풍요로움, 압도적인 핵전력 우세, 그리고 자유민주주의의 굳건한 체제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북한 핵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핵탄두를 60기 가졌다면 우리는 600기를 갖춘다는 원칙을 천명해야, 그렇게 10대1 정도의 우위를 갖는 핵전력을 구상하고 있어야 북핵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북한 핵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제자리로 돌아왔으면 하는 것은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이다. 두 전직 대통령, 종신형에 가까운 장기 징역형으로 수감돼 있다. 아무래도 그곳이 제자리는 아닌 것 같다고 많은 국민들은 생각하고 있다. 세상 풍경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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