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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코로나 실직 아빠 “미성년자 담배 심부름도 합니다”

  • 작성자 사진: senior6040
    senior6040
  • 2020년 12월 5일
  • 1분 분량

<조선일보>남지현 기자 입력 2020.12.05



“1시 30분에 거래하시는 분 맞으시죠? 제가 좀 일찍 도착했습니다. 1번 출구 에스컬레이터 위에 있을게요.”


퀵서비스 기사 유모(50)씨는 지난달 30일 서울 지하철 뚝섬유원지역 앞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이런 문자를 보냈다. 잠시 뒤 역 앞에 나타난 건,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남자아이였다. 유씨는 말없이 패딩 주머니에서 담배 4갑(1만8000원어치)을 꺼내 아이에게 건넸다. 그리고 아이가 주는 2만6000원을 받았다. 차액 8000원 중 4000원이 유씨 몫, 나머지는 브로커 몫이다. 유씨는 다시 오토바이를 타고 다른 ‘어린 손님'이 기다리는 경기 구리시로 향했다.


유씨에게는 고등학교 3학년 딸이 있다. 유씨는 “딸 하나 보고 산다. 딸은 내가 이런 일을 해서 공부시키는 줄 알면 의절하려 들겠지만, 문제집 하나라도 사주려면 어쩔 수 없다”며 “어떨 때는 딸보다 한참 어린 ‘중학생 손님'도 나오는데, 정말 창피하다”고 했다.


유씨가 이런 ‘부업'을 시작한 건 지난 5월부터다. 원래 유씨는 정상적인 배달일만 하고도 월 200만원을 벌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시작됐고, 실직자들이 만만한 퀵서비스 시장으로 쏟아지면서 수입이 반 토막 났다. 2년 전 공사 현장에서 일하다가 허리를 다친 유씨는 원단처럼 ‘돈이 되는’ 무거운 화물은 나를 수가 없다. 계단 오르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다가 ‘트위터에 올라온 미성년자 담배 심부름을 하면 돈이 된다'는 얘기에 혹해 이 일을 시작했다. 주로 배달 이동 경로에서 나오는 주문을 받는다. 수고비는 수량 관계없이 건당 4000원. 유씨는 이걸 하루 10건 정도 한다.


유씨는 이미 두 번이나 경찰에 적발돼 벌금형을 받았다. 다시 잡히면 징역형이 나올지도 모른다. “손님을 기다리다 경찰과 눈이 마주칠 때면 ‘내가 잡혀가면 우리 가족들은 어쩌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철렁한다”고 했다. 그는 “이번 주까지 잡힌 예약만 처리하고 일을 관둘 것”이라고 말했다.

남지현 기자 모자람 없이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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