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기자의 시각] 이스타 사태엔 싸늘한 정부

  • 작성자 사진: senior6040
    senior6040
  • 2020년 10월 23일
  • 2분 분량

<조선일보>곽래건 기자 입력 2020.10.24


택배 기사 과로 문제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공개 발언을 5차례 내놓았다. 7월 18일 “코로나 극복의 주역 택배 기사들의 노고를 우리 모두 기억했으면 한다”고 했고, 9월 11일 라디오에 깜짝 출연해 “택배 기사님들 덕분에 행복한 명절을 보낼 수 있어 감사하다”고 했다. 8월 14일이 ‘택배 없는 날’로 된 것을 두고는 “택배 기사들의 휴식을 위해 오래 노력해왔다”며 택배노조를 콕 집어 칭찬하기도 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최소 5차례의 공식 발언을 내 놨다. “택배 노동자의 격무를 미리 헤아리지 못해 부끄럽고 송구하다”(9월 18일), “택배 노동자의 편에 서서 법안을 조정하고 심의하겠다”(9월 24일) 등이다. 이낙연 대표는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의 택배 대리점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ree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에어부산,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진에어 등 항공사 노조 위원장들이 9월 22일 국회앞에서 이스타항공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합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하지만 현 정부 최대 규모의 임금 체불, 해고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이스타항공의 직원들은 대통령과 여당으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받고 있다.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올해 2월부터 8개월 동안 최소 315억원이 넘는 월급을 못 받고 있다. 전체 직원 1680명 중 약 1200명이 이미 정리해고와 희망퇴직 등으로 회사를 떠났다. 회사에서 밤낮으로 일하던 직원들은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거나 대출로 연명하고 있다.


이들은 사태 초반부터 길거리에 나앉게 된 처지를 계속 호소했다.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항의 서한을 전달하고, 국민청원을 올렸다. 민주당사 앞에선 집회를 7번이나 열었다. 노조 위원장은 국회 앞에서 지난 14일부터 열흘째 단식 농성 중이다. 하지만 대통령은 아직까지 아무런 언급이 없고, 민주당은 아예 만나주지도 않고 있다.


노조는 이런 무관심이 정치적 이유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현 사태에 대한 책임 문제가 창업자인 민주당 출신 이상직 의원에게 쏠리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는 것이다. 전북 전주가 지역구인 이 의원은 평소 문 대통령과의 친분을 강조했다. 지금도 그의 블로그에는 대통령과 찍은 기념사진이 올라와 있다.


노조는 지난 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당 의원들에게 면박까지 당했다. 그날 민주당 임종성 의원은 증인으로 나온 박이삼 위원장의 말을 끊고 “짧게 하세요. 연설하러 온 것도 아니고 어느 정도 해야지”라고 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은 “너무하는 것 아니냐. 일방적으로 하는 얘기”라며 고성을 냈다. 박 위원장은 “노동자가 억울함을 호소하는데 노동 존중을 외치던 사람들이 소리치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박 위원장 말처럼 문재인 정부는 ‘노동 존중’을 표방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변호사 시절 ‘노동자를 위한 연대’라는 단체의 대표를 맡을 정도로 노동 문제에 애정을 쏟았다. 대통령이 된 뒤에도 노조 문제라면 각별했다. 그런데 정부의 이스타항공 문제에 대한 반응만은 싸늘하고 차갑다. 묘한 일이다.


댓글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