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기자의 시각] 검증위원장의 갈지자 행보

  • 작성자 사진: senior6040
    senior6040
  • 2020년 11월 26일
  • 2분 분량

<조선일보>곽래건 기자 입력 2020.11.26


사진/ 2020년 11월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김수삼 김해신공항 검증위원장이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 검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장련성 기자



지난 19일 김해 신공항 검증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김수삼(75) 한양대 명예교수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검증위)의 뉘앙스는 보완하고 쓸 수 있으면 김해 신공항으로 가라는 것”이라며 “김해 신공항 백지화나 폐기는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다”고 했다. 검증위가 사흘 전 김해 신공항에 대한 검증 결과를 발표한 것이 사실상 백지화로 받아들여지던 상황에서, 이를 완전히 뒤집는 발언이었다.


기사가 나간 20일 김 위원장은 총리실을 통해 “조선일보가 내용을 왜곡해 보도했다”는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무엇이 왜곡인지는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대신 “김해 신공항은 보완해야 하는 부분이 상당히 있고, 산을 제거해야 한다는 법제처 유권해석이 더해져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취지였다”고만 했다. 김해 신공항이 추진이 불가능할 정도로 결함이 있다는 것인지, 아니면 보완하면 쓸 수 있다는 말인지 알 수 없는 알쏭달쏭한 문장이었다. 하루 전 기자에게 “관문 공항으로서 부적합하다고 한 것이 아니라 타당하다고 결론 낸 것”이라던 것과는 입장이 달랐다.


해명 보도 자료에는 “보고서나 발표문 이외의 위원회 입장은 전혀 있을 수 없다”는 내용도 담겼다. 알쏭달쏭한 것은 보고서도 마찬가지다. “동남권 관문 공항으로 김해 신공항은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 보고서의 결론인데, 근본적 검토라는 말이 전면 백지화인지, 전면 보완인지 모호하기 때문이다. 그는 보고서 발표 직후 다들 ‘사실상 백지화’라고 해석할 때도 똑 부러지는 설명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19일 기자와 46분 통화하며 “백지화는 아니었다”고 여러 차례 이야기했다. 그래놓고 해명 자료에선 “공식 인터뷰가 아니었다”고 했다. 결국 ‘어느 방향이 맞는지 내 입으로는 말할 수 없다’는 뜻일 것이다.


김 위원장 처지는 이해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전·현직 총리를 비롯해 여권이 김해 신공항 검증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대놓고 가덕도 공항을 기정사실화했다. 작년 12월 총리 신분으로 그에게 위촉장을 준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이달 초 부산을 찾아 “희망 고문을 빨리 끝내겠다”고 했고, 정세균 총리는 지난달 말 “부·울·경의 간절한 여망이 외면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해 신공항 검증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가덕도 공항에 대한 연구 용역비가 내년 정부 예산에 반영되고, 이 과정에서 여당 원내대표가 욕설을 섞어가며 “국토부 2차관 빨리 들어오라고 해”라고 소리지르기도 했다.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 부담스러운 것이 당연하다.


한 항공 전문가는 “정부 용역 자체가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뒤에 숨어 있고 검증위에 이름을 올린 전문가들이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고 있다”고 했다. 정부 눈치는 보이지만, 전문가로서 씻을 수 없는 오명을 남기긴 싫고, 그렇다 보니 이런 갈지자 행보가 나오는 것 아니겠는가.


Comments

Couldn’t Load Comments
It looks like there was a technical problem. Try reconnecting or refreshing the page.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