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우리 드론은 규제로 날지 못하는데 중국제 사다 자랑한 ‘K-드론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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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1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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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곽래건 기자 입력 2020.11.12
11일 오전 10시 56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프로펠러 16개가 달린 2인승 드론 택시가 50m 상공으로 날아올랐다. 드론 택시는 드론(무인 비행기)이 택시처럼 사람을 태우고 도심을 다니는 것을 말한다. 이날 서강대교와 밤섬, 마포대교 일대를 돌며 7분쯤 날았다. 안전 문제 때문에 실제 승객 대신 쌀 가마니를 실었지만, 국내에서 드론 택시가 하늘을 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1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에서 열린 ‘도심항공교통 서울실증 행사’에서 드론 택시가 시범비행을 하고 있다. 시험비행에 투입된 기체는 중국 이항(EHANG)사에서 제작한 EH216모델로, 해발 50m 상공에서 여의도한강공원부터 서강대교, 밤섬, 마포대교 일대를 약 7분간 비행했다. /박상훈 기자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공동으로 연 이날 행사의 취지는 개발 중인 드론 관제 시스템을 적용해 보는 것이었다. 드론 여러 대가 공중에서 안전하게 날아다니려면 무선 데이터 통신 기술을 이용해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간격 등을 띄워줘야 한다. 정부는 이 관제 시스템에 ‘K팝’ ‘K뷰티’ ‘K방역’처럼 ‘K-드론시스템’이란 이름까지 붙였다. 정부는 “서울 중심부이자 우리나라 최초 비행장이 있던 여의도에서 비행한다는 데 더욱 큰 의미가 있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이날 행사에 대한 반응은 정부 의도와 같진 않았다. 온라인 등에서 당장 이날 행사의 주인공인 드론 택시를 문제 삼았다. 시범 비행에 나선 제품은 중국 ‘이항’사의 ‘EH216’ 모델이었다. 댓글 등엔 “중국산 드론 광고 행사냐” “혈세를 중국 메이커에 퍼주냐”는 비판이 나왔다. 서울시는 이 모델을 중국에서 3억원을 주고 구입했다. 중국산 드론이 창공을 나는 동안 국산 제품들은 모두 행사장 바닥에 전시돼 있었다. 그나마도 대부분은 모형이었다. 국내에선 현대차·한화시스템즈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이 드론 택시를 개발 중이지만 아직 비행 가능한 드론은 없다. 국토부와 서울시도 “국내 제품 중에선 아직 실제 비행 가능한 제품이 없어 중국 모델로 시험 비행을 했다”고 했다.
전 세계는 지금 미래 도심 항공 교통 수단으로 드론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2025년 드론 택시 시범 서비스를 시작하고 2028년엔 본격 상용화한다는 장밋빛 청사진까지 내놓고 있다. 하지만 실제론 도심에선 드론을 못 날리게 하는 등 각종 규제로 국내 드론 산업이 제대로 발전하지 못했다. 그사이 중국 등에선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드론 기술과 산업이 급성장했다. 그러니 이날 행사를 두고 “자동차로 치면 완성차 하나 없는 나라에서 교통 신호등 만들었다고 테스트한 꼴”이란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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