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절약으로 ‘빨리 벌고 빨리 은퇴’…한층 진화한 ‘파이어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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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5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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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명순영 기자 입력 : 2020.05.28
‘파이어’는 ‘재무적으로 독립해 일찍 은퇴한다(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는 의미다. 극단적인 절약으로 부를 축적해 조기 은퇴하겠다는 것. 욜로와 다르면서도 같은 면이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파이어족이 ‘한탕주의’로 변질됐다는 시각이 있다. 부채를 활용해 지나치게 공격적인 투자에 몰두한다는 것이다.

‘욜로(YOLO)족’이라는 단어를 들어봤을 것 이다. ‘You Only Live Once’의 앞 글자만 따서 만든 신조어다. ‘한 번뿐인 인생 맘껏 즐겨보자’는 ‘베짱이’ 스타일 인생관이다. 1980년대 이후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 크게 유행했다. 아무리 돈을 모아도 내 집 하나 마련하기 힘든데, 그냥 편하게 쓰고 즐기겠다는 철학이다. 그런데 최근 다른 형태의 라이프스타일이 유행한다. 바로 ‘파이어(FIRE)족’이다. 욜로처럼 즐기는 것만 아니라, 돈을 꼼꼼히 모으겠다는 점에서 다르다. 하지만 결국 훗날 욜로가 되기 위해 파이어족으로 산다는 점에서는 통하는 면이 있다.
파이어족이라는 용어는 미국에서 등장했다. 지난 2018년 『월스트리트저널』은 대학을 졸업하고 평균 이상 소득을 올리는 20~30대 직장인 사이에서 ‘극단적인 절약으로 조기 은퇴하자’는 ‘파이어 운동’이 확산됐다고 보도했다. 파이어족은 부모 세대인 베이비붐 세대가 금융위기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며 자랐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일찍 느끼며 자산 마련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파이어족은 극단적인 저축과 소비 억제의 삶을 산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들은 생활비를 아끼려 먹거리를 스스로 재배하고 작은 집에 살거나 오래된 차를 탄다. 이를 통해 재테크 전문가 권장 저축액(소득 15%)의 3~5배인 50~70%를 저축한다.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 조사 결과, 돈을 저축하는 밀레니얼 세대 중 10만 달러(약 1억2000만 원) 이상 모은 비율이 25%에 달했다.
일찌감치 10~20억 원을 모은 파이어족은 은퇴 이후 주식이나 부동산 등에 투자해 얻은 연 5% 안팎 이자·배당수익을 노후생활비로 사용한다. 예를 들어 10억 원을 넣어두고 연 5% 수익률을 거둔다면, 연 5000만 원 수익으로 혼자 산다는 전제 아래 일상 생활에 문제가 없다.
한편, 한국에서는 파이어족이 ‘한탕주의’로 변질됐다는 시각이 있다. 부채를 활용해 지나치게 공격적인 투자에 몰두한다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여의도 증권가 20~30대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 같은 전문직 사이에서 뚜렷이 목격된다. 이른바 ‘용대리(30대 증권맨)’ 신드롬이다. ‘단군 이래 최고 스펙’을 자랑하지만, 연봉이나 처우는 선배 세대 증권맨보다 뒤처지고 고용 상황은 더욱 불안해졌다. 이에 자산을 마련하고자 매우 공격적으로 투자한다. 최근 원유 파생상품이나 해외선물 투자 등에서처럼 돈을 빨리 모아야 한다는 조급함은 실패를 부르기도 한다.
파이어족으로 성공하려면 무작정 은퇴 시기를 앞당기려고만 해서는 안된다.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먼저 만드는 것이 필수다. 리스크를 최대한 낮추고 안전한 투자상품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꾸리는 것이 좋다. 고수익만 추구하다 보면 ‘10년 일찍 은퇴하려다 20년 더 일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또한 무턱대고 허리를 졸라매는 게 아니라 절약하면서도 즐거움을 누리는, ‘소확행’을 찾아야 한다.
파이어족 등장이 사회적으로는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 주식, 부동산 등 자산가치 증가로 소득이 늘었을 때 ‘부의 효과(wealth effect)’가 발생한다.
즉 소비가 늘어나며 경제가 활발히 움직인다. 그런데 미국 파이어족은 고소득을 올리면서도 돈을 쓰지 않기 때문에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파이어족 확대는 미국 경제의 소비 감소를 초래하고 가뜩이나 낮은 물가상승률로 고민 중인 연준 부담을 키운다는 것이다. 소비 감소로 경제 전체 수요가 위축되면 기업이 투자를 줄이고 이는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는 등 경제가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글 명순영 매경이코노미 기자 사진 픽사베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31호 (20.06.0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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