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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그때 다르다, 부동산 수장들의 ‘한입 두말’

  • 작성자 사진: senior6040
    senior6040
  • 2020년 10월 16일
  • 2분 분량

<조선일보>정순우 기자 입력 2020.10.16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4일 부동산 관계장관 회의에서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의 주택 거래에서 갭투자(전세 끼고 집 매입) 비율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며 주택 매매 시장의 과열이 진정됐다고 평가했다. 갭투자가 집값 상승의 주요 원인이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불과 두 달 전 기자회견에서 홍 부총리는 “서울 등 주요 지역에서 전세금을 승계하는 거래(갭투자) 비율이 높아 전·월세 시장이 안정될 수 있다”고 했다. 전세를 끼고 산 집은 임대로 나올 것이니 전·월세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는 얘기였다. 매매 시장에서 ‘투기 세력’으로 취급받던 갭투자자들이 전세 시장에선 ‘안전판’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나온 부동산 정책 대부분이 오락가락하거나 중장기적인 계획보다 당장의 시장 상황만 고려한 ‘대증(對症)요법’이었다. 이런 정책들이 3년 반 동안 스무 번 넘게 쌓이다 보니 정책끼리 충돌하거나 모순되는 사례가 너무 많아졌다. 정책을 냈다가 부작용이 나오면 땜질식 대책을 추가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었고, 정책 수장들은 조롱 대상으로 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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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전인수·말 바꾸기투성이 文 정부 부동산 정책


정부는 부동산 대책의 성과를 평가할 때 ‘갭투자 비율’을 자주 활용한다. 서울의 갭투자 비율은 올해 6월 51.6%에서 9월 25.6%로 떨어졌다. 이를 두고 홍 부총리는 “투기 수요 근절과 실수요자 보호 목적의 정책이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홍 부총리는 지난 8월에는 갭투자가 충분하기 때문에 전세 시장이 안전하다는 논리를 폈다. 갭투자 비율은 6월에 이어 7월도 47.4%로 절반에 육박했다. 시장에선 “갭투자에 이중 잣대가 적용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임대사업자 등록 제도도 오락가락 정책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2017년 8·2 대책을 통해 다(多)주택자의 양도소득세를 대폭 강화한 정부는 “집을 팔거나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라”며 두 가지 선택지를 줬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금융·세제 혜택을 드리겠다”고 했다. 그 후 다주택자들이 몰리며 2018년 1년 만에 약 14만명이 신규 임대사업자로 등록했다.


하지만 등록 임대주택이 늘어나면서 시장에 매물이 줄어들고, 오히려 집값이 더 오르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그러자 김 장관은 2018년 9월 “등록 임대주택 세제 혜택이 과한 부분이 있다”며 말을 바꿨다. 그해 9·13 대책을 시작으로 임대사업자 혜택을 줄이기 시작했고, 올해 8월 임대사업자 등록 제도는 대부분 폐지됐다. 일방적 제도 폐지에 반발한 임대사업자들은 헌법소원을 추진 중이다.


◇불로소득 안 된다면서 로또 청약은 괜찮다?


정부와 여당은 주택 매매를 통한 시세 차익을 ‘불로소득’으로 규정하고 철저하게 환수하겠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 왔다. 하지만 정작 주변 시세보다 수억원씩 저렴한 ‘로또 청약’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 제기가 없다. 김현미 장관은 지난 7월 국회에서 “로또 청약이 불로소득을 양산한다”는 야당 의원 질의에 “불로소득 문제보다 시장가격 안정이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 분양가를 낮춰 주변 시세가 떨어지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서울 및 수도권 인기 지역에선 아파트 공급이 워낙 적은 탓에 분양가가 주변 시세를 낮추기보단 신축 아파트 가격이 주변 시세에 맞춰 급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본인 소유의 집은 세입자가 안 나가서 못 팔고, 본인이 살던 전셋집에선 쫓겨나게 된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사례는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홍 부총리가 전세 난민이 됐다는 뉴스를 접한 네티즌들은 “본인이 놓은 덫에 본인이 걸렸다” “이번 기회에 월세살이 해보면 되겠다” 등 조소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정부가 시장을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사소한 것 하나까지 개입하려 했던 것이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가장 큰 패착”이라며 “집값을 잡아야 한다는 잘못된 목표와 조급함 때문에 이제는 어떤 정책으로도 시장을 정상화시키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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