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백신 어느 회사거요?" 독감접종, 요즘 물어보고 맞는다
- senior6040
- 2020년 10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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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앙일보]기사입력 2020/10/21

최근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하는 사례가 전국에서 이어지며 국민 사이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21일 오후 1시 서울 중랑구에 한 내과에는 대기 환자 3명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가운데 독감 백신을 맞으러 온 환자는 1명이었다. 병원 간호사는 “평소 무료 백신을 맞으러 오는 환자는 그냥 맞고 가셨는데 요샌 ‘백신 제조사’가 어딘지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며 “문제가 된 백신과 다른 곳이라고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주 이미 백신 맞았다는 한정수(88) 씨는 “무료 접종 사업을 재개하자마자 맞았는데 요 며칠 사망 사례가 나오니 불안하다”며 “제조사가 어딘지 그런 거 모르고 그냥 맞았는데 자식들이 걱정했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강서구 건강관리협회는 독감 백신을 맞으러 오는 대기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 만 13∼18세 이하 청소년을 대상으로 독감 무료 예방접종 사업을 다시 시작한 지난 13일 건물 밖까지 긴 줄이 이어졌던 것과 비교하면 한산한 분위기였다.
협회 관계자는 “대기자가 줄어든 것은 맞다”며 “다만 보통 월요일이나 금요일이 대기자가 좀 더 많이 몰리는 경향이 있어 최근 사고 사례 발표로 인한 영향인지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 중랑구에 한 소아청소년과도 비슷한 분위기였다. 점심시간 이후 병원을 찾은 감기 환자를 제외하고는 독감 백신 접종 환자가 없었다. 백신 제조사를 묻자 병원 간호사는 아예 백신이 담긴 상자를 보여줬다. 그러면서 “사실 국내 백신과 효과 등 차이는 없지만, 불안해 하는 환자가 많아 유료 백신은 독일 제품만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4일 2살 아이에게 1차 독감 백신을 접종했다는 이모(33) 씨는 “다음 달에 2차 접종을 해야 하는데 걱정이 된다”며 “1차는 무료 접종을 했는데 2차는 돈을 내고 외국 백신을 접종할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경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의무보험이사는 “지난 주 하루 30명씩 무료 접종하던 청소년 환자가 아예 끊겼다”며 “맞더라도 돈을 지불하고 외국 백신을 맞는다. 어르신은 전날(20일) 2명 정도 접종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독감 백신 관련 우려의 게시물이 이어졌다. 어머니의 접종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 한 작성자는 “엄마가 내일 접종한다고 연락 왔는데 맞으라고 하자니 불안하고 안 맞으면 면역력이 약한 노인에게 독감이 최악이라 (걱정이다)”며 “코로나로 그동안 스트레스였는데 이제 독감 백신까지 문제라 답답하다”고 적었다.
다른 커뮤니티에 아이가 알레르기 체질이라고 밝힌 한 엄마는 “아이가 다른 접종을 해도 팔이 부어오르고 가려워한다. 불안해서 (접종을) 미뤘는데 다니는 소아청소년과에서 오늘 이후 약이 없을 것 같다고 해서 가야 하나 걱정이다”고 했다. 다른 엄마는 “요 며칠 엄마들끼리 독감 백신 얘기만 한다”며 “접종이 망설여진다”는 글을 올렸다.

보건 당국은 예방 접종을 미룰 이유는 없다는 입장이다. 질병관리청은 20일 기자단 질의 답변서를 통해 “백신 접종 후 사망까지 시간, 동일 제조번호 백신을 맞은 사례 중 중증 이상 반응이 없었던 점, 현재까지 확인된 부검 진행 중 받은 구두 소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인플루엔자 국가 예방접종 사업을 중단할 근거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21일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최근 발생한 사망사례는 사망의 원인을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며 “현재 질병청을 중심으로 사망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 등 조사가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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