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엔 금지, 본인은 별장파티...백악관 코로나TF 조정관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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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12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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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이옥진 기자 입력 2020.12.23
추수감사절 때 3대 가족 모임…데보라 벅스 조정관 사퇴 의사 밝혀

데보라 벅스 미 백악관 코로나TF 조정관. /AP 연합뉴스
미국 백악관 코로나 태스크포스(TF)의 ‘얼굴’인 데보라 벅스 조정관이 22일(현지 시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코로나 브리핑에서 화려한 스카프 패션으로 대중의 이목을 끈 그는 부드러운 화법과 차분한 태도로 호평을 받아왔다. 그러나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 본인이 직접 국민들에게 모임 자제를 촉구했던 지난 추수감사절 연휴에 정작 자신은 별장에서 가족 모임을 가진 것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됐다.
벅스 조정관은 22일 뉴스 웹사이트 뉴지(Newsy)와의 인터뷰에서 그간 가족들을 향한 비난에 힘겨웠다는 점을 밝히며 “사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도 “차기 정부가 성공하길 바란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측이 코로나 대응과 관련해 나를 필요로 한다면 기꺼이 도울 것”이라며 “어떤 역할이든 사람들이 내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일을 하고 그 다음 사퇴하겠다”고 했다. 벅스 조정관은 정확히 언제 사퇴할 것인지 밝히진 않았다.
앞서 AP통신은 지난 21일 벅스 조정관이 지난 11월 추수감사절 연휴에 델라웨어주 펜윅 섬 별장에서 가족모임을 즐겼다고 보도했다. 벅스 조정관과 그의 남편, 딸과 사위, 손주 2명 등 3대가 모였다고 한다. 이 이때는 벅스 조정관이 속해 있는 코로나TF가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이동과 가족모임 자제를 당부했을 때다. 더구나 벅스 조정관은 별장에 머무를 때 진행한 방송 인터뷰에서 “일부 미국인들은 휴일에 심지어 다른 주에 가기도 한다”고 말했었다. 그의 자택은 워싱턴DC에 있다. 그는 연휴 이후 “여행을 했거나 가족 모임에 참석한 이들은 바이러스에 노출돼 감염됐다고 가정하고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도 했었다. 이 때문에 벅스 조정관의 가족 모임 소식을 두고 ‘내로남불’이란 비판이 일었다.
벅스 조정관은 추수감사절을 기념하기 위해서 가족이 모인 것이 아니라, 별장 매각을 앞두고 겨울이 오기 전 월동 준비를 하기 위해 별장에 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온가족이 함께 식사한 것은 단 한 번 뿐이었다”며 “(가족들이) 다른 집에 살지만 모두 직계 가족”이라고도 말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추수감사절 등 연휴에 여행하지 말 것을 당부했고, 가족 모임과 실내 활동을 피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CDC는 현재 같은 가구에 거주하지 않는 사람들은 별도 가구원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설명해왔다.
면역학자 출신의 감염 내과 의사인 벅스 조정관은 1980년대 미 육군 군의관 출신으로 2014년 오바마 행정부 때 글로벌 에이즈 확산 대응 TF를 이끌었고, 국무부의 글로벌 보건 외교특사(대사)를 지냈다. 그는 지난 2월 출범된 백악관 코로나TF에 조정관으로 발탁됐다.
벅스 조정관은 코로나TF 조정관으로 일하면서 보건 전문가들과 민주당으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다. 코로나 상황을 경시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언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트위터에 그의 팬 계정이 생기는 등 대중들은 그를 호평했다. 대중이 스카프를 느슨하게 맨 채 차분한 어조로 브리핑을 진행하는 그로부터 안정감을 얻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논란 속에 사퇴 의사를 밝힌 벅스 조정관에 대해 한 매체는 “데보라 벅스의 실망스러운 몰락”이라고 보도했다. 백악관은 그의 사임 의사에 대해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이옥진 기자 조선일보 국제부 이옥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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