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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선 반일 외치더니...해외선 손 놓은 정부

  • 작성자 사진: senior6040
    senior6040
  • 2020년 10월 13일
  • 2분 분량

<조선일보>김은중 기자 파리=손진석 특파원 입력 2020.10.13


독일 베를린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이 일본 외교부의 로비로 철거 위기에 놓이자 현지 민간단체가 소녀상 지키기에 나섰다. “정부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던 우리 외교 당국은 여론이 악화하자 뒤늦게 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까지 나서 독일을 상대로 일찌감치 외교전을 펼친 것과 대조적이다. 반일(反日)을 국내 정치에 이용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정부가 정작 외교력이 필요한 사안에서는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020년 10월 12일 서울 성북구 한성대입구역 인근 광장에 설치된 여성인권 공공 미술작품 앞에서 이승로 성북구청장(가운데) 등이 독일 베를린의 평화의 소녀상 철거 명령 철회를 요청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 독일 당국에 의해 철거 명령이 떨어진 베를린의 '평화의 소녀상'을 지키기 위한 법적 대응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김연정 객원기자



앞서 독일 내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Korea Verband)’는 지난달 25일 베를린 미테구에 구청의 허가를 받아 소녀상을 세웠다. 그러나 이달 1일 일본이 독일 외교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문제를 제기하자 미테구는 지난 7일 소녀상을 철거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14일까지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강제로 뜯어내겠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코리아협의회는 “베를린 행정법원에 철거 명령을 정지시켜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곧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독일의 온라인 청원 사이트에서는 소녀상 철거 반대 청원 운동이 시작돼 12일 오후 3시(한국 시각) 기준 2780명이 서명했다. 서명자의 70% 이상이 독일에 거주하는 사람들이다. 현지 교민들과 현지인들은 13일 현장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의 한국인 부인 김소연씨도 부부 명의로 미테구청장에게 공개 편지를 보내 소녀상 철거 명령 철회를 요청했다. 부부는 서한에서 “독일은 나치의 역사를 청산하면서 전 세계의 존경을 받고 있는데 일본의 전쟁 범죄를 은폐하는 데 가담해서는 안 된다”며 “잔인한 폭력의 희생자로 고통받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저버리는 반(反)역사적 결정”이라고 했다.


외교부는 최근까지 이 문제에 대해 “정부가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사태를 방관했다. 그러다 이 문제가 외교 문제로 비화하고 여론이 나빠지자 뒤늦게 수습에 나선 모양새다. 특히 이번 사태와 관련, 현지 공관의 역할 부재(不在)가 뼈아프다는 지적이다. 외교 소식통은 “부임한 지 3년이 다 되어가는 정범구 주독 대사는 임기가 거의 다 돼 교체를 앞둔 것으로 안다”며 “공관장 교체기에 민감한 외교 현안이 불거져 나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정 대사는 외교관이 아닌 정치인 출신이다.


여권에서도 외교 당국의 소극적 대응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12일 화상으로 진행된 주미 한국대사관 국정감사에선 국회 외통위 소속 여당 의원들이 “일본은 정부가 나서서 로비·공작 활동을 하는데 한국 외교부도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6년 소녀상이 워싱턴에 도착했지만, 계획과 달리 창고에 약 3년간 방치되다 뒤늦게 설치된 사례를 언급하며 “(정부는) 이 같은 정보를 파악하고 있느냐”고도 했다. 이수혁 주미대사는 “(소녀상 문제는) 외교적 분쟁이 생길 수 있어 주재국 공관이 직접 개입 안 하고 있다”며 “이런 문제는 대사관 차원의 결정이 아니고 외교부에서 결정해서 방침을 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사는 발언이 문제가 되자 국감 후반부에 “우리도 정부 차원에서 적극 대응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뒤늦게 수습에 나섰지만, 소녀상이 철거되는 것은 법적 절차 등을 고려했을 때 막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현지 당국이 ‘2차 대전 당시 일본군이 아시아 지역에서 여성들을 강제로 데려가 성 착취를 했다’는 비문(碑文)의 문구를 문제 삼은 것이기 때문에 내용을 수정하면 유지가 가능하다는 법률적 해석도 나오고 있다.

김은중 기자 정치부에서 외교부와 총리실, 감사원 등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파리=손진석 특파원 파리에 상주하며 유럽 소식을 전하는 유럽특파원입니다. 유럽에 관심 있는 분들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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