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 투자 10배 급증… 변방이었던 한국, 美·英·日에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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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7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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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성호철 기자 유지한 기자 입력 2020.07.25
포스트 코로나, 길은 있다] [1]
지난 21일 바이오 제약사 셀트리온은 충남대병원에서 건강한 성인 32명을 대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치료제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조만간 영국 등 유럽 국가와 협의를 거쳐 해외에서도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셀트리온은 치료제 개발에 3000억원을 투자한다. 임상 결과에 따라 9월 대량 생산에 돌입하고, 연말에는 의료 현장에 치료제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제약사도 미국·영국·일본의 글로벌 제약사와 본격적인 코로나 치료제 개발 경쟁에 나선 것이다. 국내에서 1년짜리 단기 신약 개발 프로젝트에 수천억원을 쏟아붓는 건 셀트리온이 처음이다.

미국·영국·일본과 같은 선진국이 100년 넘게 독식해온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코로나가 시장의 판을 흔드는 상황에서 의약품 위탁 제조, 바이오 시밀러(복제약)와 같은 분야에서 강한 한국의 면모가 재평가받는 것이다. 사진은 셀트리온 연구원이 코로나 치료제를 개발하는 모습. /셀트리온
한국은 그동안 세계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변방(邊方) 취급을 받아왔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대유행병)을 계기로 화이자(미국)·GSK(영국)·사노피(프랑스)·다케다제약·오쓰카홀딩스(일본) 등 선진국이 100년 넘게 독식해온 '최고 부가가치 상품 시장'의 무대 중앙으로 진입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씨젠·SK바이오사이언스 등 한국 업체들이 코로나 신약 개발과 진단 키트, 의약품 제조 거점으로 부상한 것이다. ◇코로나가 키우는 제약·바이오

코로나는 인류 삶에 가장 중요한 산업이 무엇인지를 모두에게 명확하게 각인하는 계기가 됐다.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이 2018년 '바이오의 세기(Biological Century)'를 선언한 지 2년 만에 현실이 됐다. 포스트 코로나 경제의 중추 산업인 제약·바이오는 글로벌 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다. 올 상반기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 최대 규모 기업공개(IPO)는 로열티 파마(Royalty Pharma)다. 지난달 상장 때 21억8000만달러(약 2조6000억원)를 조달했다.
로열티파마는 바이오 의약품 관련 특허를 판매하는 회사다. 올해 나스닥에 상장한 기업 69곳 중 절반이 넘는 35곳이 제약·바이오 기업이다. 비(非)상장 시장에서도 열기는 뜨겁다. 미국 벤처투자자들이 1분기 생명과학 분야 스타트업(창업 초기 벤처)에 투자한 금액은 71억달러다. 제약·바이오는 엄청난 자금력과 축적된 개발 노하우가 성패를 좌우한다. 이런 특성 탓에 기존 강국이 아닌 후발국은 도전조차 꺼리던 분야다. 세계 제약 업계에선 "축적된 신약 개발 노하우가 부족한 한국이 바이오 스타트업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건 예외적이고 특이한 현상"이라고 평가한다. 국내 벤처투자자들은 작년 1조446억원을 바이오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7~8년 전보다 10배 이상 급증했다. 올 1분기엔 벤처투자금의 3분의 1이 바이오 분야에 집중됐다. 창업 5년 차 바이오 스타트업인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가 대표적인 투자 성공 사례다. 창업 후 줄곧 적자였지만 600억원대 투자금을 바탕으로 기술 개발에 나서 지난해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 물질을 개발했다. 폐섬유증은 폐가 딱딱하게 굳는 병이다. 후보 물질을 독일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에 최대 1조5000억원 규모로 기술 수출했다.

◇위탁 생산(CMO) 능력, 한국이 1위
주식시장의 시총만 보면 제약·바이오는 이미 금융·통신과 같은 내수 업종을 뛰어넘은 주력 산업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총(49조9546억원)은 KB금융·신한지주·하나금융·우리금융 등 시중은행 4곳을 합친 것(44조2982억원)보다 많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의 시총 합계(27조9041억원)의 2배 가까운 수준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제약업종의 비율은 최근 10년 사이 1.06%에서 8.97%로 늘었다.
한국은 세계 의약품 위탁 생산 시장에선 독일·스위스와 같은 경쟁국보다 우위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계 최대인 36만4000L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설립 9년 만에 글로벌 최강자인 스위스 제약사 론자를 넘어선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상반기 세계 각지의 제약사에서 1조7600억원어치 물량을 수주했다. 작년 수주한 물량(3750억원)의 5배 정도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최근 영국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가 공동으로 개발 중인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후보 물질을 위탁 생산하기로 했다. 글로벌 백신 공급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이 일원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씨젠은 코로나 진단 키트를 세계 60여 나라에 수출하며 세계 선두권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 제약·바이오의 숙제는 신약 개발이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한국은 바이오시밀러(복제약)·신약 후보 물질 발굴, 의약품 위탁 제조 분야에서 엄청난 속도로 부상하고 있다"며 "당장 신약에선 선진국을 잡진 못하겠지만, 차근차근 국내에도 노하우가 축적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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