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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 홍 부총리도 겪은 부조리를 해소하면 된다

  • 작성자 사진: senior6040
    senior6040
  • 2020년 10월 22일
  • 2분 분량

<조선일보>김영진 경제부장 입력 2020.10.22


다주택자는 나쁜 투기꾼이라며 세입자를 맞세워 편 가르기 임대차법, 전셋값 되레 치솟고 없었던 세입자 간 싸움도 붙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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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떠돌고 있는 홍남기 부총리 풍자 사진. 전셋집을 보기 위해 줄 서는 세입자들 모습에 홍 부총리 얼굴을 합성했다.


집 한 채 팔기도 어려운 세상이 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얘기다. 지난 7월 초 경기도 의왕 집을 내놓겠다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을 때만 해도 홍 부총리는 자신에 찼다. “1주택자가 되기 위해 가족같이 함께했던 의왕 아파트를 오늘 매각 의뢰했다”며 다주택 탈피를 선언했다. 다음 날 홍 부총리는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취득세를 대폭 인상하는 22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따지고 보면, 다주택자를 엄하게 세금으로 다스리겠다는 징벌적 과세 방안을 발표하기 하루 전에, “나는 1주택자가 될 테니 죄인 취급받는 다주택자와는 신세가 다르다”고 미리 선을 그은 셈이다. 그리고 한 달 뒤인 8월 초에 매수자가 나타나 매매 계약을 맺었다. 그때까진 순조롭게 일이 풀리는 듯했다. 하지만 그 사이 생겨난 법이 발목을 잡을 줄은 몰랐다. 기존 세입자가 계속 살겠다며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 실거주 목적의 매수자에게 집을 팔 수 없는 새 주택임대차보호법이 180석 거대 여당의 마구잡이식 밀어붙이기에 7월 말 국회를 통과한 것이다. 법 통과 후에 전셋값이 뛰기 시작해 의왕 아파트의 인근 전셋값은 2억원 가까이 치솟고 전셋집 구하기 어려워진 세입자는 새 법에 따라 그냥 눌러살겠다고 홍 부총리에게 통보했다. 그게 8월 말이니, 거의 두 달 동안 홍 부총리는 1주택자가 못 돼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기에 다주택자는 나쁜 투기꾼이라고 몰아세우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철학으로 보면, 홍 부총리를 포함해 집 두 채 이상 가진 308만 가구는 모두 적폐다. 문 정부는 전체 가구의 15%인 다주택자들을 싸잡아서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내몰고, 경제 약자인 세입자들을 반대쪽에 맞세우며 갈라치기를 하고 있다. 이번에도 다주택자들에게 세금 폭탄을 안기는 반면, 세입자들에겐 임대료를 많이 올려받지 못하게 하고 최대 4년을 살 수 있도록 보장하며 편 가르기에 나섰다. 이렇게 하면 팔려는 집들이 쏟아지고 전세 가격도 안정될 것으로 기대한 모양인데, 시장은 정반대로 움직였다. 오히려 집주인과 세입자 다툼이 많아졌고, 전세 매물이 사라져 줄 서서 전셋집을 구경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착한 세입자를 위해 나쁜 다주택자가 양보해야 한다는 문재인 정부식 해법을 대입하면, 집주인인 홍 부총리는 매매 계약을 파기하면 된다. 하지만 위약금까지 물면서 그런 선택을 할 사람은 거의 없다. 그게 인지상정이다.


강남 집값 잡기라며 집중적으로 때리는 종부세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세금이 아니라 벌금에 가깝다며 납세자들이 반발하지만, 정부는 “종부세 납세 의무자는 1%에 불과하다”는 말만 반복한다. 1대99로 편을 가르고 소수를 무차별 공격하면 나머지 다수에게선 지지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으로 집값이 치솟는 바람에 서울 아파트의 평균 가격이 10억원을 넘어섰다. 조만간 상당수의 서울시민이 종부세 대상자가 될 것이고 부자 때리기는 중산층 갈취로 뒤바뀔 것이다.


3년 전 이맘때, 문 대통령은 촛불 1주년 기념 메시지에서 “촛불은 이념과 지역과 계층과 세대로 편 가르지 않았다”며 통합을 강조했다. 그러나 지금 부동산 정책은 통합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다수를 위하는 것처럼 포장하며 소수를 한쪽으로 밀어내는 편 가르기식 포퓰리즘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집값 안정은커녕 전셋값까지 밀어 올리고 서민 갈등 키우는 새 임대차보호법을 그대로 두는 게 맞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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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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