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비서실장의 ‘살인자’ 막말, 배경엔 국민 편가르는 포퓰리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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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11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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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김태훈 출판전문기자 입력 2020.11.14
[김태훈의 이슈&북스] ‘누가 포퓰리스트인가’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4일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8·15 집회 참가자들을 향해 “살인자다, 살인자. 이 집회 주동자들은”이라고 말했다. “에버랜드 놀러 가신 분들도, 민노총 집회 간 사람도 살인자냐?”는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엔 “거기서는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8·15 집회와 개천절 집회를 봉쇄했던 정부는 14일 민주노총 주최 집회는 허가했다. 당장 기준이 뭐냐는 지적이 빗발쳤다. 김예령 국민의 힘 대변인은 “네 편 내 편을 가르는 선택적 정치적 방역이란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말바꾼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노영민 실장이 국민과 집회 주동자를 구분한 뒤 집회 주동자를 ‘살인자’라고 한 것에 대해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청와대가 우리 편과 적으로, 국민을 얼마나 철저히 분리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며 “국민을 가르고 저열한 손가락질을 주도하는 것을 자신들의 권력을 다지는 핵심수단으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정권은 지난 3년간 국민을 편 가르는 것으로 정치적 이득을 취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부자와 가난한 자, 집 있는 자와 없는 자, 기성세대와 청년세대로 편을 갈라 서로를 미워하게 부추겼다는 것이다. 많은 정치학자가 이 정권에 포퓰리즘 성향이 있다고 지적해 왔다. 포퓰리스트가 말하는 국민은 국민 전체가 아니라 자기들을 지지하는 국민을 뜻한다.
정치학자 얀 베르너 뮐러 교수는 저서 ‘누가 포퓰리스트인가’에서 포퓰리스트의 특징을 이렇게 정의했다.
‘포퓰리스트는 오로지 자기만이 국민을 대표한다고 주장한다.’
‘포퓰리즘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자는 국민의 일부가 아니라는 것이 포퓰리즘의 논리다.’
‘포퓰리즘은 갈등 속에서 번창하고 정치적 양극화를 조장할 뿐 아니라, 정치적 반대 세력을 국민의 적으로 취급하고 배제하려 든다.’
그러면서 이렇게 묻는다.
‘그(포퓰리스트)가 말하는 국민 안에 내가 들어갈까.’

누가 포퓰리스트인가
포퓰리즘 정부는 “정부를 따르지 않으면 국민이 아니다”며 배척한다. 따라서 “무엇이든 국민 뜻대로 하겠다”고 하는 그들의 말은 “뭐든 내 맘대로 하겠다”는 말과 같은 뜻이 된다. 정권에 반대하는 국민을 향해 “우리가 국민이다. 당신은 누구냐?”고 했던 터키 대통령 에르도안의 공격은 포퓰리즘 정권의 국민 관을 잘 드러낸 말로 자주 인용된다.
이 정권은 ‘사람이 먼저다’란 말을 앞세운다. 그러나 지난 3년 국정을 지켜본 결과 그들에겐 ‘자기 사람이 먼저’임이 명백해졌다.
민주당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오거돈 부산시장의 성폭력 사건으로 인해 내년 4월에 치러지는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했다. 성폭력 피해 여성들은 그들이 소중하다고 여겨온 사람에 포함되지 않아서 이런 결정을 내렸는가.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도 “국민 전체가 성인지 감수성에 대해 집단학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국민적 지탄을 받았다. 사람이 먼저가 아니라 성인지 감수성이 먼저여서 이런 말을 한 건가. 피해 여성도 “여성가족부 장관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내 인생을 수단 취급할 수 있는가”라고 항변했다.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겠다는 여당의 결정과 이정옥 장관의 언급은 ‘사람이 먼저’라는 모토와 달리 자기 사람이 먼저이고 사람을 수단화하는 이 정권의 본성을 보여주는 증거들이다.
지난 9월 서해에서 우리 국민이 북한 군인들의 총격으로 살해당한 사건에서도 국민을 수단화하는 이 정권의 행태가 드러났다.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북한의 만행을 “서해에서 우리 국민이 사망한 사건”이라 규정했다. 우리 국민이 서해에서 수영하다가 물에 빠져 죽었는가. 유엔인권보좌관이 ‘국제인권법을 위반한 자의적 살해’라고 규탄한 사건을 정작 우리 국민의 목숨을 지켜야 할 대통령이 ‘사망’이라는 가치 중립적인 표현을 써서 호도했다. 심지어 “평화체제의 절실함을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평화를 위해 끊임없이 대화를 모색하겠다”며 북한과 대화재개의 계기로 삼겠다는 의도를 밝혔다. 사람을 수단으로 삼는 사고방식이 아니라면 어떻게 이렇게 말할 수 있는가.
국민을 국민과 비국민으로 나누는 편 가르기와 사람을 수단으로 삼는 행태에 단호히 반대해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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