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The Column] 포털 뉴스 감시하는 독립 기구 서둘러야
- senior6040
- 2020년 10월 26일
- 2분 분량
<조선일보>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입력 2020.10.26
언론 문제 핵심은 포털의 뉴스 장악에서 비롯 포털 문제 내버려둔 채 언론사만 압박하는 정부 포털 뉴스 유지하되 그 감독 권한은 독립시켜야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정부·여당은 악의적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에 이어 언론사 정정보도문을 신문 1면에 게재하도록 강제하는 법안을 내놓았다. ‘권력’이 ‘언론’을 손보겠다는 것이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신뢰는커녕, 눈길을 주기도 힘든 저급하고 편향된 기사들이 정론 보도를 압도하는 우리 언론의 참담한 현실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하지만 문제의 근원을 도외시한 채 ‘결과’를 징벌하고 욕보이는 이 위헌적 조치들이 입법되는 즉시 위기 사태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언론 위기의 근원에 대해서는 말 그대로 한 수레 분량의 연구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필자는 그 근원에 결국 ‘권력’이 있고, 이를 ‘시장’이 증폭시키고 있다고 본다. 특히 후자의 핵심 요인은 이론의 여지 없이 “포털이 독점한 뉴스 유통”이다. 권력의 문제는 따로 다룰 기회가 있을 것이다. 오늘은 포털에 초점을 두려 한다.
포털은 20년 전쯤 뉴스 유통에 직접 개입하기 시작했다. 뉴스를 미끼 삼아 포털 이용자를 유인하려는 목적이었다. 이 시도가 속칭 대박을 쳤다. 2020년 현재, 열에 7~8명의 한국 성인들이 포털을 통해 뉴스를 접한다. 이처럼 포털이 뉴스 유통의 패자(霸者)로 부상하면서 언론은 ‘이용자 수’와 ‘체류 시간’ 확보를 위한 클릭 경쟁에 내몰렸고, 자극적 제목 달기와 유사 기사 반복 생산이 뉴스 생산의 관행이 되었다.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하는 뉴스 유통의 악순환이 정착된 것이다. 여기에 욕설·혐오 발언을 일삼는 극렬 행동주의자들과 댓글 조작 집단이 끼어들고, “카카오 너무하군요. 들어오라 하세요” 식의 권력 개입이 일상화되었다.
포털 뉴스 문제는 상당 기간 자못 심각한 논쟁을 빚어 왔다. 그 전형은 국감 같은 곳에 포털 관계자들을 불러놓고 뉴스 편집의 편향 내지 조작 의혹을 질타하는 것이었다. 그에 대해 포털은 각종 위원회 내지 협의체를 조직하고, 수시로 뉴스 편집 정책 및 댓글 정책을 변경했다. 하지만 포털 뉴스의 불공정 의혹은 여전하고, ‘나쁜 뉴스’가 ‘좋은 뉴스’를 밀어내는 악순환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 인간 편집자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되는 알고리즘 역시 ‘편향’에서 자유롭지 않고, 정제된 뉴스보다 자극적 뉴스를 추천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포털 뉴스 공방이 이렇듯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정작 다음과 같은 핵심 질문을 놓쳤기 때문이다. “당신들은 무슨 자격으로 이 같은 변화들을 주도하는가?” 온라인 정보 유통이 포털로 집중되는 추세 속에, 포털이 언론사들의 뉴스를 통합 제공하는 플랫폼 역할을 맡은 것은 불가피한 일이었다고 쳐도, 이 플랫폼의 관리 감독마저 ‘포털의 선의’에 의존해야 하는가? 마치 이마트나 코스트코 같은 사업자들의 손에 소비재 유통 정책의 전권이 맡겨져 있는 셈이다. 뉴스 유통은 국민 의식 및 여론의 향배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정리하면, 스스로를 언론으로 인식하지도, 언론의 책무를 실천할 의지도 없는 사(私)기업인 포털이 뉴스 플랫폼이라는 사회적 공기(公器)를 차지하고, 운영하며, 그 감독 권한까지 도맡아 온 것이 포털 뉴스 문제의 본질이다. 포털의 이해는 가치 있는 저널리즘의 구현과 일치한다고 볼 수 없다. 그 반대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가 목도하는 포털 뉴스의 난맥상은 후자를 강하게 시사한다.
이 난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포털 뉴스의 축소 내지 중단은 언론 생태계의 현실 및 이용자들의 편익 차원에서 현실적이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결국 포털 뉴스를 유지하되, 그 감독 권한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대안이다. 포털 뉴스의 정치적 독립, 투명성, 수월성 같은 규범적 목표를 책임질 사회적 대표자 기구의 설립이 그것이다. 감당할 수 없는 짐을 진 채 만성적인 정치 공세에 시달려온 포털로서도 이는 반가운 제안일 것이다. 벤치마킹 차원에서 페이스북이 최근 선보인 독립적 감독 기구의 세부 설계를 참고할 만하다.
이 글을 쓰는 사이, 네이버는 많이 읽힌 기사 순위를 보여주는 ‘랭킹 뉴스’ 서비스를 전격 폐지했다. 하필 정부·여당에 곤혹스러운 윤석열 검찰총장의 국감장 발언이 많이 본 뉴스를 휩쓸고, 네이버 대표가 국감에 출석한 날이었다. 포털 입장에서 다시금 억울한 오비이락(烏飛梨落)일 것이다. 이런 억울함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포털 뉴스에 대한 독립적 거버넌스 정립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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