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개 소수민족이 한족과 같은 조상? 중국의 도넘은 상고사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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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10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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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유석재 기자 입력 2020.10.23
동북아역사재단 학술대회 개최
중국은 최근 ‘조선족(재중 동포)을 포함한 중국 55개 소수민족이 모두 한족(漢族)과 같은 조상의 후손’이라고 주장한다. 정치적 목적을 위한 중국의 상고사 왜곡이 도를 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동북아역사재단이 22일 연 ‘중국 애국주의와 고대사 만들기’ 학술대회에서 발표자로 나선 이 재단 김인희 연구위원은 중국이 신화 속 인물을 역사 인물인 것처럼 조작해 ‘중화민족(56개 민족)의 공동 조상’으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허난성 정저우시 황허(黃河)변에 만들어 놓은 거대한 '염황상'. 신화 속 인물인 염제와 황제를 역사적 실존 인물로 둔갑시켰다. /김인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그 대표적 인물이 삼황오제(三皇五帝) 신화에 등장하는 황제(黃帝)다. 허난성 신정시의 황제고리(黃帝故里)에 만들어 놓은 1만5000㎡의 ‘중화성씨광장’은 56개 ‘중화민족’이 황제의 후손임을 건축물로 표현하고 있다. 중국의 거의 모든 성씨가 황제의 직계 후예라는 것이다.

중국 허난성 신정시 황제고리 중화성씨광장에 만들어 놓은 '중화성씨 기원도'. 현재 중국 대부분의 성씨가 황제(黃帝)의 후손인 것처럼 표현했다. /김인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산시(陝西)성 옌안시의 황제릉에선 수령 5000년의 나무를 ‘황제가 직접 심은 나무’로 소개하고, 돌판에 새겨진 발자국 두 개를 ‘황제의 발자국’으로 선전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중국은 황제를 역사상의 실존 인물로 만들기 위해 신석기 유적들을 동원했고, 그 결과 황제의 생존 시기는 기원전 6000~2000년까지 4000년을 포괄하게 됐다”고 했다. 그러나 사실 황제는 기원전 1000년을 전후한 서주(西周) 초기의 왕을 모델로 후대에 만들어진 것이다.

중국 산시(陝西)성 황제릉에 있는 '황제 발자국'. 돌판에 새겨진 발자국 두 개를 신화 속 인물 황제의 발자국이라 선전하고 있다. /김인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김 연구위원은 황제가 ①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발달한 문명을 창조한 역사적 인물이며 ②'중화민족'의 공동 조상이라는 ‘집단 기억’을 창출해 공산당을 중심으로 전 인민의 통합을 이루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옌안의 황제릉에 게시된 표어 ‘최초 조상을 회고하며 신시대의 꿈을 구축한다(緬懷初祖, 築夢新時代)’는 시진핑의 핵심 정책 ‘중국몽’(‘중화민족’의 부흥)과 직결된다는 것이다.
유석재 기자 문화부에서 학술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유석재 기자의 돌발史전'과 '뉴스 속의 한국사'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메일은 karma@chosun.com 입니다. 언제든지 제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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